검찰도 주목하는 암호화폐 추적업체…"10조원 불법 송금 잡아라" [긱스]

입력 2022-10-19 04:00   수정 2022-10-19 14:20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보라색 동그라미 안에 표시된 작은 원(암호화폐 지갑)을 누르니 '하마스(Hamas)'라는 이름이 떴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즘 무장단체인 그 하마스다. 이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화살표가 이어졌다. 화살표에는 여러 개의 비트코인이 작년 특정 시점에 이동됐다는 내용이 나타났다. 이 비트코인 가운데 일부는 한 암호화폐 거래소로 흘러갔고, 일부는 대체불가토큰(NFT)으로 거래됐다. 일부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통해 다른 지갑으로 유입됐다. 이후로도 10여 차례 다른 지갑을 거쳐 한 지갑에 보관 중이라고 표시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쿠코인과 코인베이스에 있는 하마스의 지갑도 첫 지갑과 묶여 보라색 원 안에 구현됐다.


18일 캐나다 암호화폐 추적업체인 블록체인인텔리전스그룹(BIG)의 솔루션 '클루'가 추적 중인 하마스의 자금세탁 흐름도다. 이날 BIG가 진행한 클루 설명회는 50명 가량의 국내 로펌과 육군·검찰·국정원·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의 관계자들로 가득 찼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BIG는 약 60명의 개발자와 수사전문가 등이 모여 만든 '클루'로 알려진 암호화폐 범죄 추적 솔루션 업체다. 미국 국토안보부를 비롯해 세계 100여개 수사기관이 '클루'를 활용 중이다. 클루의 고객 41%는 정부 기관이며 11%는 로펌, 33.3%는 가상자산사업자 등이다. 신흥철 BIG 아시아 총괄은 "암호화폐 범죄는 급증하고 있지만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나날이 진화하는 불법 암호화폐 거래와 검거율 향상에 기여하는 동시에 수사 인력의 업무효율을 배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자금 세탁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마약이 대표적이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이용한 마약사범은 2018년 85명에서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696명으로 8배 이상 폭증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약 10조원 규모 불법 해외송금 사건도 암호화폐 구입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캘러헌 BIG 전략담당이사는 "스페인 범죄조직이 중남미 거래소를 통해 자금세탁을 하고,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폰지사기가 성행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북한이 정부 지원 하에 사이버공격을 자행하는 등 국제적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NS상에서 마약 밀거래나 인신매매, 매춘이 모두 암호화폐를 통해 이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한 국가 내에서의 협업이 아니라 국가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수사기관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지갑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마약의 경우 국내 구매자와 판매자, 판매총책, 국제 마약 카르텔 주소까지 자금흐름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마약 자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암호화폐 거래 데이터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오픈 데이터지만, 앞선 '하마스' 사례에서처럼 범죄집단의 자금세탁 흐름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것이 추적 솔루션의 특징이다.

암호화폐 추적 솔루션을 원하는 국내 수사기관들도 늘고 있다. 앞서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4월 미국 체이널리시스의 암호화폐 추적 솔루션을 사들여 마약 수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국세청도 이미 솔루션을 구입해 작년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 중심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탈세 등을 추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10조원 이상의 불법 해외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추적 솔루션 구매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어떤 조직이 무슨 목적으로 누구에게 암호화폐를 보냈는지 시각화해 보여주는 솔루션이다. 암호화폐 범죄를 추적하는 국가 기관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옥타솔루션이 자리를 잡았고, 체이널리시스와 BIG·웁살라시큐리티 등도 경쟁자들이다.


암호화폐 자금세탁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수사기관의 이목을 끄는 이유로 꼽힌다. 거래소나 개인간 거래가 암호화폐 자금세탁의 주축을 이뤘다면, 지금은 스마트컨트랙트나 NFT·디파이를 이용한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디파이로 전송된 범죄자금의 규모는 작년에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클루는 ERC-20 토큰 40여만종, ERC-721계열 NFT 10만여개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게 BIG의 설명이다. 가령 '피싱'으로 도난당한 BAYC(지루한원숭이요트클럽)가 어느 거래소에서 언제 이더리움으로 바뀌어 현금화됐는지도 '흐름도'로 보여주는 식이다. 신 이사는 "조사관이 자금의 방향과 흐름을 시간 순서에 따라 추적할 수 있다"며 "어떤 흐름으로 자금이 이동됐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트레이닝'도 BIG의 차별화 포인트다. 미국 마약단속국(DEA) 출신의 캘러헌 이사의 수사경험이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캘러헌 이사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에서 뉴욕과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등을 관할지역으로 두고 20년 이상 근무한 자금세탁 수사 전문가로 작년 BIG에 합류했다. 그는 클루를 채택한 수사관들에게 암호화폐 자금세탁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할 전망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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